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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수
작성일 2008-01-10 (목) 10:57
ㆍ조회: 511  
IP: 59.xxx.119
노[盧]말라드

‘노(盧) 말라드’  


올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200년’이라면 무슨 뜻이냐 싶을지 모른다. 아스라한 로마시대, 그것도 초기에 귀족의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한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2000년이라면 또 몰라도….

가진 자, 누리는 자의 책임의식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처음 이름붙인 사람은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였다. 그는 1808년, 그러니까 정확히 200년 전에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면서 그렇게 정의했다(‘명사와 형용사로만 쓴 진보 이야기’ 조용철 저, 도서출판 전예원 2007.12.10).

그 반대말이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 곧‘병들고 부패한 귀족’이다. 로마인들이 지성(知性)은 그리스인보다, 체력은 켈트 혹은 게르만보다, 또 경제력은 카르타고보다 다들 못했지만 제국 10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무현 정권 5년이 노블레스 말라드였다(는 것도 이미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에 단행한 특별사면은 노 정권 노을의 말라드 그 최신 사례에 속한다. 지난해 마지막 하루의 국무회의가 의결한 특사는 여태 뒷말에 싸여 있다. 필자는 노 정권 출범의 ‘정국(靖國) 공신’쯤이던 병풍(兵風)의 김대업을 특사시켜려 하다가 법무부의 반대에 부닥쳐 물러선 일도 오죽 고마웠으면 그런 생각까지 다 했으랴 싶어 접어줄 수 있다. “파렴치범이지만 고위층 자제 병역비리 규명에 기여했다”는 같잖은 말도 못들은 것으로 쳐줄 수 있다. 노 정권 초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개인비리로 형사처벌된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그냥 그대로 특사시킨 것도, 사면 대상자 75명 가운데 26명의 실명을 쉬쉬한 것까지도 못접어줄 것 없다, 까짓것들.

하지만 사면법을 개정 공포한 지 열흘 만에, 그것도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종전 법에 따른 대통령의 특권 운운하며 그런 특사를 밀어붙인 것까지 접어주거나 봐넘길 순 없다.

돌이켜, 지난해 11월23일 국회 본회의가 사면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그 내용에 앞서 개정 그 자체만으로 이미 획기적이었다. 사면법은 법제처의 제정일과 일련번호를 옮겨적어 1948년 8월30일, 법률 제00002호다. 이후 60년, 역대 대통령의 안면몰수 사면이 안타까울 때마다 어김없이 개정 논의가 뒤따랐다. 하지만 ‘대통령 사면권 =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이라는 한결같은 허울이 실제 개정을 위력으로 막아왔다.

국회 본회의에 함께 오른 개정 이유도 그런 허울부터 앞세우다가 그래도 더는 개정하지 않을 도리도 없다는 식이었다 -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 행사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사법작용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그 행사에 있어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을 상신할 때에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정 사면법을 법률 제8721호로 공포한 것이 12월21일의 일이다. 김대업 특사를 단념하고 최도술 특사는 단행하기 꼭 열흘 전 그날이다.

아뿔싸, 공포 당일 바로 시행한 현행법과는 달리 개정법 시행일은 부칙에 따라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 곧 2008년 3월22일이다. 노 대통령은 개정법을 공포하고 그 시행일이 다가오기 전에 “사면이 민주정치에 부합하는 제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던 지난해 7월, 그 한여름의 한마디까지 아예 씹어넘기고 역대 대통령 그 마지막의 특권 호사를 마저 누린 것이다…, 이런.

12·31 막판떨이 특사를 두고 다들 원칙없는 특사라고들 하지만, 아니다…아무래도. 노 대통령은 원칙을 지켰다. ‘건국 이래 가장 실패한 정권’의 원칙, 누가 뭐래도 밀어붙여온 ‘코드’의 원칙, 연출가 이윤택의 개판, 깽판 비유를 빌려 ‘개판의 시대, 깽판의 미학’ 그 원칙들을 충실히 지켜왔다. 한마디로 줄이면 노 대통령의 노블레스 말라드, 더 줄여 ‘노(盧) 말라드’다.

[[홍정기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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