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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종상
작성일 2009-07-08 (수) 10:40
ㆍ조회: 478  
IP: 211.xxx.159
백령·연평도의 우리 아들들을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해 5도의 참호 속에서 그 앞바다의

고속정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젊음들이 있다


그들과 그 부모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3년 전인 1986년 7월의 어느 날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당시 서울대를 취재했던 필자는
여름방학을 맞아 DMZ(비무장지대) 순례에 나선 학생들을 따라나섰다. 그때 서울대는 화염병과
최루탄의 전쟁터였고, 서울대 교정 안팎에서 학생 분신자살이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런 때에 군사정권에 맞서던 학생들이 휴전선을 따라 걸어간다니 당연히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순례의 마지막 코스가 백령도였다. 학생 214명을 태운 해군 수송선은 백령도로 직행하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서 가야 했다. 북한군 공격의 사정권을 피해 간다는 얘기가 들렸다. 수송선은 한밤중에
도착했다. 일행을 맞은 군인들은 무언가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까지 이 섬을 해병대가 지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섬이 그토록 아름다울 줄도 몰랐고, 그 섬에서 북한 땅이 그렇게 가까울 줄도
정말 몰랐다.

10㎞ 앞 북한 땅은 눈앞에 있는 듯했다. 바다에서 10㎞ 거리는 마치 큰 강 하나 건너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남한 땅은 너무나 멀었다. 인천까지 190㎞, 백령도를 처음 찾은 우리
일행에겐 고립무원의 섬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 건너 북한의 산들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 수많은 해안포와 방사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불과 10여년 전 1970년대에는 북한 전투기가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고도 했다.
필시 북한의 그 많은 대포들은 예고 없이 일시에 발사될 터였다. 그 경우에 섬 주민들과 여기
이 해병대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북한의 집중 목표가 될 해병 부대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한 장교는 "초반에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결국 장병의 생명을 얘기하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잊고 살지만 어디에도
물러설 곳 없는 그 외딴섬에 '피해'를 각오한 젊은이들이 수천명 있었다. 그들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하며 그 모든 일이 "설마…"로 끝나기를 빌었다.

불행히도 23년이 지난 지금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의 긴장은 그때보다 더 높아져 있다.
북한군은 지난 1월 17일 '전면 대결 태세 진입' 성명을 발표하고 백령도와 연평도 부근의 해안포들을
실제로 쏘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에 이어 핵폭탄을 터뜨리는 실험을 하고 미사일도 발사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의도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대로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다음에 무슨 일을 벌인다면 그 장소가 백령·연평도와 그
앞바다가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만약 이번에 국제사회가 북한 화물선 강남호를 수색했다면
북한이 백령·연평도를 향해 보복하는 일이 현실화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북한은 갑자기 일제사격을 할 수도 있고, 쾌속정을 이용해 섬에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키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실제 그런 훈련도 하고 있다. 아니면 특수부대가 잠수함을 타고 잠입할지도
모른다. 그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많고 고된 것일지 상상만 해도 고개가
흔들어진다.

필자가 백령도를 찾았던 때엔 동생뻘 되는 해병들이 그 일을 맡고 있었다. 이제 어느덧 아들뻘인
젊은이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몇달째 거의 매일 걸리는 비상 속에서 긴장과 싸우고 있다.
이 더위에 훈련은 하루에도 몇시간씩 이어진다. 그것이 사람의 정신을 지치게 하고 체력을
바닥내는 고통이란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오래 전 내가 가 보았던 그 능선, 그 참호 속에서 지금도 그때처럼 숨죽인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젊은이가 있을 것이다. 그 젊은이들 모두가 내 자식 또래라고 생각하니 그때와는 또 다르게 가슴이
절실해지고 애틋해진다. 그들을 떠올리며 그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23년 전 그때 백령도에서 한 학생이 "휴전선에선 불안했는데 오히려 여기는 그렇지 않다.
해병대는 다른 군대인 것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거기서 본 해병들은 어쩔 수 없이
입대한 그런 군인들이 아니었다.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단결한 사람들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백령도나 연평도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이 해병대로
지원하고 있다. 떨어지면 재수(再修)도 한다고 한다. 이 젊은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의 한 해답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해 5도의 참호 속에서, 그 앞바다의 고속정 위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해군·해병의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과 그 부모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양상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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