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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의도
작성일 2011-05-30 (월) 12:35
ㆍ조회: 454  
IP: 61.xxx.148
이명박정권은 고엽제 해결 노력을 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 베트남만큼은 하십시오
[영화로 읽는 세상이야기 83] <야곱의 사다리>를 중심으로 본 영화 속 고엽제
11.05.29 13:44 ㅣ최종 업데이트 11.05.29 14:13 박호열 (tkaen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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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려워 이 책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비자금 사건의 할리우드판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자본의 주구 노릇을 하는 변호사 마이클(조지 클루니)을 통해 고엽제 문제를 제기합니다.
 
영화는 생화학 제조기업 유노스사가 개발한 새로운 제조체가 농작물의 성장을 가속화시키지만 486명의 생명을 앗아간 발암물질임이 밝혀집니다. "우리는 제초제로 농민을 죽이는 거대한 생물의 항문에서 나온 배설물로, 그들의 청소부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고 친구 아서가 죽자 마이클은 유노스사에 맞서 싸우는 내부고발자가 됩니다. 영화에서 유노스사는 고엽제와 같은 죽음을 생산하던 기업에서 생명공학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몬산토를 가리킵니다.
 
영화의 소재는 미국의 월남전 참전병사들이 1978년부터 정부와 몬산토 등을 상대로 '고엽제 제조자 책임' 집단소송을 한 법정실화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1984년 1억8천만 달러 보상에 합의하며 끝난 이 사건은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월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의 유해물질인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각종 질병과 후유증을 입었다며 몬산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고엽제를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에 매립한 사건은 주한미군 주둔 이래 가장 비인도적이고 반환경적인 범죄행위로 꼽힙니다. 당시 매립한 드럼통에는 노란색 띠와 함께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가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흔히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리는 고엽제입니다. 고엽제는 2,4,5-T와 2,4-D라는 제초제를 1124대1의 비율로 섞은 독극물로 이때 생성된 TCDD(트리클로로 디벤조파라 다이옥신)라는 물질이 암과 신경계 등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야기하는 환경호르몬입니다. 고엽제는 요구르트 하나 분량인 85g으로도 1백만 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엽제가 인체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중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신경정신병적 현상이 있습니다. 환각과 몽상, 우울, 불안 등의 고통을 수반하다 끝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을 초래하는데 이같은 후유증은 특히 월남전 참전병사들에게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안정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하얀전쟁>에서 변진수(이경영)가 한기주(안성기)를 찾아가 권총으로 죽여 달라고 사정하거나 가두시위를 전쟁 상황으로 착각하는 장면 등은 고엽제가 인체에 미친 정신분열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합니다.
 
영화에서 병사들은 송다반 죽음의 계곡으로 매복 작전을 나가기 전, 제목처럼 하얀 백색가루인 고엽제가 모기 등 벌레들을 쫓는다고 몸에 뿌리고 바르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죽음의 백색가루가 병사들의 핏빛 절규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어떻게 퇴역장병인 진수는 물론 기주도 황폐화시키는지 그 과정을 밀도 있게 천착하면서 전쟁이 초래한 존재의 균열과 영혼의 파멸 등 치유불능의 비극을 고발합니다.
 
성경 속 '야곱의 사다리'와 미국식 '야곱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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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에서 고엽제와 함께 미군이 살포한 환각제의 비밀을 파헤친 영화가 <야곱의 사다리>(1990년)입니다. 영화는 대검에 찔려 창자가 튀어 나온 제이콥(팀 로빈스)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 자신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회상하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가운데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교직하면서 월남전에서 미국이 자행한 만행을 보여줍니다.
 
1971년 베트남 메콩 델타에 파견된 부대의 병사들이 한가롭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중에 숲속에 적이 있다는 긴박한 외침이 터져 나옵니다. 그와 동시에 몇 몇 병사들이 무언가 잘못됐다며 중얼거리다 하나 둘 씩 머리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뒹굴거나 피를 토하며 혼절합니다. 이윽고 전투가 벌어지고 제이콥은 베트콩의 대검에 찔려 쓰러지지만 눈을 뜬 곳은 뉴욕의 지하철 안입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시종일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사라와 결혼했음에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제시와 동거하고, 출근길에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 안에서는 흉측한 몰골을 한 사내들이 웃고 있고, 냉장고엔 살점은 떨어져 나간 채 피범벅이인 소머리가 있고, 제시와 함께 간 파티에서는 까마귀가 날아다니는가 하면 에일리언 같은 괴물이 그녀를 범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곁에는 사라가 잠들어 있고...
 
월남전이 끝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제이콥이 상담을 받기 위해 재향병원 정신과 의사 칼슨을 찾지만 그는 한 달 전에 차가 폭발해 즉사했습니다. 의문이 꼬리를 물던 와중에 참전동료였던 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폴 역시 제이콥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습니다. "미치지 않았으니 미쳤다고 하지 말라"던 그는 "대체 그곳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울먹입니다. 제이콥과 헤어진 폴이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차가 폭발합니다.
 
폴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료들 역시 비슷한 환각에 시달린 것이 밝혀지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국방부에 제이콥과 동료들의 참전기록이 없다며 전쟁놀이의 환상에서 허우적거리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동료들 또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그리고 제이콥이 1968년 베트남 사이공의 생화학실험부대에서 비밀실험을 한 마이클 뉴먼을 만나면서 영화는 대반전을 향해 치닫습니다. 전세가 기울어 가던 월남전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의 병사들을 상대로 벌인 극비실험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겁니다.  
 
<야곱의 사다리>는 막내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아내와 이혼한 뒤 아들의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참전하는 제이콥과 미 국방부의 실험으로 지옥으로 변한 전쟁터에서 죽기 직전의 제이콥이라는 두 개의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합니다. 그 중간 제시와 살면서 제이콥이 겪는 악몽과 사건들은 자신과 동료들의 죽음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한 장치인 셈입니다. 영화가 이런 모티브를 가져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선 고엽제 집단소송과 함께 불거진 환각제 '사다리(BZ)' 실험에 대한 미 국방부의 '침묵의 비밀'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영화의 제목 '야곱의 사다리'는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대목으로 광야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던 야곱이 꿈에서 본 사다리에서 따 온 것입니다. 이 사다리는 지상과 천국을 잇는 유일한 길로 속세의 죄를 씻는 구원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영화 속 제이콥(야곱)의 사다리는 자국 병사들끼리 미쳐 날뛰며 서로에게 총질을 하다 죽는 길이고, 그 길의 종착지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며, 또한 그 길의 안내자는 하느님이 아니라 미국정부로 묘사됩니다.
 
오염자 부담 원칙조차 명시되지 않은 소파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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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에서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를 일컬어 '느린 총알'이라고 부릅니다. 서서히 심장에 박혀 끝내 생명을 앗아가는 총알에 비유한 이 말은 고엽제의 극단적인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마치 <하얀전쟁>의 변진수나 <야곱>의 제이콥이 본 괴물이 에이전트 오렌지나 사다리(BZ) 같은 죽음의 물질이 만들어낸 환영인 것처럼 그것은 한국사회에 이미 11만여 명에 이르는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를 양산했고 경북 왜관과 부천, DMZ 등지에서 악령처럼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군이 세계 도처의 해외기지에서 주둔하다 떠난 뒤 벌어진 끔찍한 환경오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필리핀의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 일본의 오키나와와 요코타 공군기지를 비롯해 푸에르토리코와 파나마 등 이루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 용산 미8군 기지 영안실에서 독성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식수원인 한강에 방류하도록 지시한 맥팔랜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이 독극물 방류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괴물의 공격을 받은 미군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한강변을 통제하고 에이전트 옐로우라는 화학물질을 살포합니다. 이것이 에이전트 오렌지를 빗대 것임은 자명합니다. 미국은 월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고엽제 사용을 공식적으로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엽제 매립사건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처럼 군 작전용이든 새로운 고엽제를 실험하기 위한 테스트용이든 별다른 고민 없이 한국에 들여왔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고엽제를 사용한 것처럼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것입니다.
 
영화에서 사건이 종결되면서 미국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사건은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라고 시인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실제 독극물 방류사건의 주범인 맥팔랜드 등은 재판거부 등으로 버티다 집행유예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러나 이번의 고엽제 매립 사건은 차원을 달리합니다. 캠프 캐럴 기지를 위시해 금수강산 곳곳에 고엽제를 비롯한 독극물과 중금속이 어느 정도 매립되거나 방류되었는지 전반적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간 독극물 방류사건 등으로 소파 개정 협상을 벌여 환경조항을 신설했으나 '대한민국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는 선언적 문구만 담겨 있을 뿐입니다. 같은 해 체결된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도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가져오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식의 추상적 표현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오염자 부담 원칙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한미군기지 내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각종 환경오염을 조사하고, 규명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반드시 소파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금의 소파 개정 목소리는 반미도 '양키 고 홈'도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고 고엽제 등에 찌든 국토를 복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자 당연한 권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외교부를 통해 현 단계에서 미국과 소파개정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즉사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처럼 촛불이 다시 타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 다면 소파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미국 내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1억 8천만 달러를 보상한 미국 법원은 지난 2009년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자들이 몬산토 등을 상대로 제기한 보상청구소송은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고엽제 피해자의 건강과 병든 국토의 복원을 위해 미 정부 등을 상대로 끈질긴 협상 끝에 1억500만 달러의 지원을 받아냈습니다. 실질적인 고엽제 피해보상인 셈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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