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과 익명의 무책임한 댓글에 의한 게시판 분위기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회원가입제(무료)로 운영되고 있읍니다.( 다만, 정회원 가입은 회칙에 의하여 연회비(현행 3만원)를 부담합니다.)
익명, 또는 게시판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읍니다.
작성자 김해수
작성일 2007-11-13 (화) 08:39
ㆍ조회: 426  
IP: 59.xxx.29
20년전 기억이 되살아 나는 이유
    • ▲ 문갑식 논설위원
    신문사에 입사하기 전 일반 회사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삼성 현대 대우 같은 일류 기업 초봉(初俸)이 26만~29만원이었던 시절이니 벌써 22년 전 일이다. 회사원이 되자 맨 먼저 바뀐 게 옷차림이었다. 양복을 입으면서 상의 안쪽 포켓 아래 작은 주머니의 용도가 궁금했다.

    그 의문은 공무원 접촉 업무를 맡은 뒤 풀렸다. 작은 주머니는 두 번 접은 1만원짜리를 넣은 봉투가 들어가는 사이즈였던 것이다. 봉투를 받으면 대개 고마워하는데 “자식~ 좀 자주 찾아와!”라고 고함치며 머리통을 후려갈기는 괴짜 공무원도 있긴 했다. 후에 물어보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얼마짜리’가 들어오는지 다 알아. 내가 독식(獨食)할 것도 아닌데 미리 자백해야지.”

    그들의 상부상조(相扶相助)도 남달랐다. 3명으로 술 약속을 하면 후배를 주르르 몇 명 더 데리고 나온다. 그러면 한 후배는 “오늘이 형수님 생신인데…”라고 은근히 귀띔해 준다. 손발 척척 맞는 그들 앞에 충무로 태극당으로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달려가 케이크를 사다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인물들은 다 은퇴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옛 기억을 되살려본 건 정권 말 확산되는 공직 부패 때문이다. 9월에 교육부 국장이 2억원을 챙기더니 10월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구속 수감됐다. 11월에는 국세청장이 부하에게 돈다발을 받았고 어제는 국가보훈처 차장이 가짜 국가유공자가 돼 예산을 축냈다.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남은 공무원들은 변명하기 바쁘다. 구조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데 ‘관행이 아니다’고 버틴다. 국세청처럼 힘있는 부처에서는 “검찰과 한판 붙자”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취임 초부터 공무원을 혁신의 주체라고 감싸고 월급 올려주고 인원 늘려준 대통령은 무슨 생각이 들까. 배신감일까, 자괴감일까. 기회 있을 때마다 직접 마이크 들고 신주 떠받들 듯 공무원을 격려했던, 그 말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 요즘 침묵하는 걸 보면 충격이 크긴 컸던 것 같다.

    대통령 못지않게 최근 사태에 분개했을 사람들은 청렴한 다수 공무원들일 것 같다. 묵묵히 공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일하던 그들이 얼마나 억울해할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권력을 쥔 사람 중에는 말썽꾸러기들이 제법 생기는 법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교육부 국장, 청와대 정책실장, 국세청장, 국가보훈처 차장이 ‘특이(特異) 인물’이라고 생각할까? 일생에 딱 한 번 실수한 게 재수없이 들통난 것 같다고 생각할까?

    대통령은 자기가 기자들을 향해 “공무원들에게 밥과 소주나 얻어 마시고….”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라는 온갖 험한 말 토해낼 때 공무원들이 박수치며 웃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때 ‘저 사람들은 왜 저리 좋아하나’ 하고 한 번쯤 의심했어야 했다. 대통령은 내 편이 많다며 마냥 좋아하기만 했다.

    견제는 바로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유사(有史) 이래 모든 독재자들이 다 싫어했지만 언론이 살아남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문만 제대로 읽었어도, 기자들을 안 보이는 곳으로 쫓아내지만 않았어도 이런 난감한 일은 줄었을 것이다. 이래도 대통령은 ‘비판 신문’만 보면 밥맛이 싹 달아날까?

    청와대 달력 넘어가는 속도가 계절이 바뀌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질 시점이 됐다. 인생 무상이란 말이 실감날 것이다. 대통령 못지않게 국민들도 돌고 돌아 원점으로 온 요즘 공직사회의 모습을 보며 허망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으로 있을 날이 100일 남짓이다. 나중에 봉하마을 가서 더 후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싫어하는 신문부터 정독하길 바란다.
  0
3500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9 후유의증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hanwhun 2007-11-23 656
78 Re..후유의증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금정산 2007-11-23 499
77 고인과 유족께 조의를 표합니다. 김병길 2007-11-23 343
76 국가유공자가되는가장빠른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카우곰 2007-11-20 580
75 막 가는세상....... 짚신 2007-11-17 281
74 “인민 공화국 영웅 1호”의 대남공작 인강 2007-11-17 248
73 청원요지(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등에관한법률개정,청원) 초심2 2007-11-17 339
72 청원 소위원회 개최 초심2 2007-11-16 328
71 금일 정무위원소위원회 심의 결과 정근영 2007-11-15 495
70 20년전 기억이 되살아 나는 이유 김해수 2007-11-13 426
69 세상을 원망하랴,?권력자를원망하랴.? 박충열 2007-11-12 297
68 서해 북방한계선 초심 2007-11-09 304
67 그저...무식하게 삽니다. 짚신 2007-11-08 261
66 재미 없어진 자유게시판 전우 2007-11-08 330
65 좋은생각님! 맬을 확인...! 박충열 2007-11-05 325
64 초심님!의 '"맬" 을 읽고... 박충열 2007-11-05 269
1,,,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4
대한민국 베트남참전 인터넷전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