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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종상
작성일 2009-09-08 (화) 13:52
ㆍ조회: 286  
IP: 211.xxx.159
지뢰와 동거하는 불안한 평화

살상무기와 철조망으로 환경이 위태롭게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부끄러운 상처다
자연이 생명력을 회복하여 이들을 기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지금도 휴전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는 남북에는 폭 4㎞의 DMZ(비무장지대)가 있다. 이곳은 56년간 인간의 발길이
통제됨에 따라, 자연 스스로 그 파괴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어, 지금은 역설적으로 희귀 동식물과 조류들이
서식하고, 개체 수가 풍부해진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자리 매김 되고 있다.

강원도 태생인 나는, 어린 시절에, 장병이 훈련을 받다가 지뢰를 밟아 사지를 잃었다는 이야기, 비무장지대
인근 사람들이 밭을 개간하거나 나물을 캐러 산에 갔다가 지뢰를 밟고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때문에 나에게 DMZ는 휴전이란 엉성한 서류 하나로 땅속에 매설된 대량의 살상무기를 살짝 '덮고' 있는 속임수
일 뿐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약속이란 언제든지 그 얄팍한 '위장'을 걷어치우고, 다시 상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것임에도, 자연은 무심하게, 쉼 없이, 흙은 풀을 내고, 강은 물고기를 품고, 하늘은 바람에 새를 띄워 그 개체 수를 보호해 온 사실이, 이곳에서만은 특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감동이 얼마나 천진한 것인가, 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을
때마다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보곤 했다. 거기다 오늘 아침엔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술시험에 성공했다는 기사까지 접하고 보니, 북 저쪽의 2㎞의 DMZ는 더 이상 비무장이 아니라, 핵무장을 위한 위장지대란 사실이 한층 분명해
졌다. 머잖아, 핵무기를 은밀하게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시설이 DMZ 지하에 숨겨져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편, 남한에서는 이 지역의 생태를 관광자원화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환경부가
추진하는 습지생태관광 팀에 합류하여 서부 민통선 일대의 자연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선 차가 농경지 사이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한적한 마을을 지나서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듯
멈추었다. 모두 차에서 내렸다. 망원경과 카메라를 소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열기
못지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주변은 다른 지역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저만큼 앞에, 촬영이 금지된 JSA(공동경비구역)
건물과 그에 따른 군사시설이 있어, 그곳의 고요와 평화로움이 통제되고 격리된 결과라는 사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6·25 동란이 발발한 지점입니다."

그 말의 극적 효과는 잠시, 농로를 따라 걸어가며 시작된 생태 살펴보기는 기대와는 달리 단조롭고 따분했다.
일행을 안내하던 습지연구원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식물, 통발"이라고 말하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철새연구원이 "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가 붉은배새매"라고 설명해줌에 따라, 망원경을 들여다보기는 해도,
그 호응은 미적지근했다.

해설 속 식물과 조류가 지닌 생태적 의미와 가치에 비해, 육안으로 바라보는 개체의 자태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자연을 오래 지켜보고 자세히 관찰해온 그들의 속 깊은 해설을, 같은 깊이에서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지식으로 자연을 보기보다는 눈과 가슴으로 젖어들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위를 참고 있는 일행들의 뜨악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습지연구원의 안내는 점원리에서 백연리로 넘어가며
계속되었다. 철조망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산을 끼고 이어지는 길가에 붉은 지뢰 표지판이 연이어 있어,
그 안에 서식하는 여러 동식물이, 한 방에 목숨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야만적 살상무기와 너무도 태평스럽게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눈에 짐작되었다. 때문에 산만한 일행들의 태도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이어지는 습지연구원과 철새연구원의 전문적 해설은 평화를 위한 절절한 호소로도 들렸다.

이틀 동안 나는, 풀숲에 남겨진 배설물을 통해 고라니와 삵과 두더지 등이 살고 있다는 것, 뜸부기, 파랑새,
꾀꼬리, 호반새 등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군락을 이룬 습지의 물억새들이 바람에 춤추는 아름다운
풍경을 확인함으로써, 연구자들의 보고서대로 멸종 위기의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는 기미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들이 서식하고 있는 환경이 살상무기와 철조망에 의해 위태롭게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 우리
또한 핵무기를 가진 집단과 태평스럽게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DMZ에 아무리 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도 그 생태적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이 스스로 생명력을 회복하여
이들을 기르는 동안, 인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소설가  서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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