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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수
작성일 2011-04-03 (일) 23:19
ㆍ조회: 247  
IP: 112.xxx.187
빈박스 3개 때문에 구속 이라니
명예훼손에 대한 문제로 인하여 이름과 지역등은 가명으로 적었습니다.
글의 중심은 펙트임을 밝혀 드립니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글입니다.
편의상 반문을 사용하였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날은
오전 업무때문에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사무장님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언듯 보니 초로의 연세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과 어린 소녀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
내 방에 들어와 며칠 전에 맡은 사건의 변론요지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밖에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간혹 사건을 의뢰하러 오시는 분 중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분들이 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무장님이 들어와 상담내용을 브리핑 하셨다.
흔한 절도죄란다.
피해 물건은 크지는 않지만 전과가 많아 구속이 되었고, 크게 돈은(?)되지 않는 사건이란다.
상담내용을 읽다가 약간 이상한 부문을 보았다.
피해 물품이 공박스 3개였다.
 
"공박스가 정확하게 뭐죠?"
"맥주나 음료수병을 담는 박스을 말하는 겁니다. 병이 없는 빈 박스를 공박스라고 하죠"
"그럼 지금 빈 박스를 훔쳤는 이유로 구속이 되었다는 거예요?"
"네. 피해 물품은 대략 6천 원 정도이지만 절도전과만 9범입니다."
의아했다.
"왜 훔쳤답니까?"
"그게..의뢰인들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훔친 사실은 맞다고 하는데.."
"피고인 직업이 뭐래요?"
"파지나 고물을 주워 팔아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답은 간단히 나왔다.
어느 슈퍼에 지나가다가 공박스를 발견하고 팔려는 목적으로 훔친 케이스였다.
"근데..변호사님 의뢰인들의 형편이 좋지 않다고 정상적인 수임은 어려울거 같은데요..
국선이라도 선임하라고 할까요?"
"우리 사무실은 어떻게 알고 오셨데요?"
"남편이 구속이 되니 경황이 없어 무조건 변호사 사무실을 다녔나 봅니다. 다른 곳에서 다 거절을 당하고
다섯번 째로 찾아 왔다고 하네요"
"선임 받으세요."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도 개인사업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경기가 몰아치는 판에 법조계도 상당히 힘이 든다.
평균 월 사건 수임이 2건이라는 통계도 나왔듯이 더욱이 나 같은 스팩이 없는 변호사는 더욱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사건을 맡게되면 시간, 경비등 이익은 커녕 적자가 날 수도있기에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 사건을 선듯 선임하게 된 이유는 한 가지의 이유였다.
법의 융통성에 대한 화(火)이다.
물론 절도도 당연히 범죄이다.
하지만 서술하지 않아도 잘 알다시피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난립하고 있다.
공 박스 3개를 훔친 죄로 구속이 되었다라는 법 적용에 대하여 화가 났다.
 
선임계를 제출하고 며칠  후 의뢰인 접견을 갔다.
사실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였다. 절도가 성립되었고 그 죄를 인정하였으니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제 당신 옆에 변호사가 있으니 마음이라도 놓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접견실에서 처음 만난 그 노인의 첫 인상은 한 마디로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충분한 모습이였다.
구부정한 허리에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보이는 주름살에 너무나 억센 손등등
힘들게 살아온 인생의 표본들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힘드시죠?"
내 소개가 끝나고 처음 던진 질문에 그 할아버지는
 "돈도 없는데...변호사는 무슨.."
"불편하신 점 있으면 말씀하세요."
"뭐..처음도 아닌데 몸이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러나.."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여기 온 것이니깐요"
"사실.. 훔친게 아니예요.. 내가 팔아 먹을려고 훔친게 아닌데.."
보통 죄를 짓고나면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심리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말들을 늘어 놓는게 인간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었다.
"물론 압니다. 그거 6천 원 밖에 하지 않는거 때문에 이렇게 구속까지 되셨다는 사실에 화가 나시겠죠.
제가 선임을 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거 때문입니다."
"팔려고 훔친게 아니예요.. 저 비록 살아오며 나쁜 짓은 많이 해서 교도소도 많이 갔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남은 인생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결심을 했는 사람이예요.."
"그럼 왜 그러셨어요?"
공 박스 3개를 가져간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날도 파지를 주울려고 다녔죠. 너무 늦게 나와서 그런지 파지도 하나도 줍지 못하고 다녔는데 너무 더웠어요. 온 몸은 땀투성이였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기력도 없었어요. 갑자기 어지렵고.. 할수 없어 그늘진 곳에서 잠시 누워있을려고 누웠더니 등이 너무 배기는 거예요. 하필 그 날 리어카를 가지고 나오지를 않았어요. 리어카만 가지고 나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긴 한숨을 내 뱉으며 할아버지의 말은 계속되었다.
"조금 내려가니 슈퍼마켓이 보였어요. 슈퍼마켓 옆에는 빈 박스가 세워져 있더라구요.
세 개를 가지고 왔죠. 당연히 나중에 다시 제자리에 둘려고 했었죠. 제가 몸이 작아 세 개면 충분했어요. 그렇게 그 위에 누워서 더웠던지 잠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슈퍼마켓 주인한테 들켰던 거군요"
"처음엔 그 집 아들인가 젊은 사람이 깨우더라구요. 왜 자기집 물건을 함부로 가지고 갔냐면서 화를 내더라구요. 내가 그때 참았어야 했는데...도둑놈 취급을 합디다. 그래서 나도 역정을 냈죠.
이거 얼마나한다고 사람을 도둑놈 취급을 하느냐고 하면서...잠시 후 자기 아버지를 데리고 오더군요.
이유야 그렇다치고 일단은 내 잘못이니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박스위에
앉아 있던 나를 확 밀치면서 이거 도둑질이예요 도둑질라고 소리를 치더군요.
평생을 도둑놈이라는 손가락을 받으며 살아 온 저입니다.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저도 욕을 막 했죠. 욕을 듣던 그 주인이 경찰을 불러야 정신을 차리나 하면서 신고를 하게 된거예요"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실 때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의 질문에 할아버지의 표정은 더욱 굳어지면서
"처음에는 말했죠. 그러나 경찰관이 그럽디다. 보니 완전 상습범이네. 평생을 교도소에 들락거려도 아직
그 버릇 못고쳤네.하면서 제 말은 들을려고도 하지 않더군요."
"할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남의 물건을 허락없이 가져갔는 것은 죄라는거 아시잖아요.
차라리 말씀을 드리고 가져 가시지...."
라고 말은 하였지만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과연 이 할아버지의 죄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범죄에 속하는 것일까?
등이 배겨 조금이라도 편하게 누울려고 아무 생각 없이 가져간 그 행동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범죄의 구성에 속하는 것일까?
그 할아버지의 무지에서 온 행위라고 하여도 물론 죄는 죄이다.
허나, 그 할아버지가 소외된 입장이 아니였다면?  
지난 범죄의 흔적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차가운 유치장의 바닥에서 웅크린 체 있을까?
우리는 쉽게 생각해 버린다.
저 사람은 전과자였으니 저 사람은 분명 나쁜 사람일테고 앞으로도 분명 나쁜 사람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동기나 이유는 분명 존재하지만 중요하지는 않는게 현실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충실할 뿐. 그 사람이 가지는 마음속의 진정한 이유는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가싶다
 
일단 피해자 합의부터 하였다.
그 분도 구속까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흔쾌히 합의에 응해주었다.
그리고 자의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 까지 제출하여 주셨다.
담당 검사를 찾아가 사건의 본질에 대한 설명을 심도 있게 하였다.
"전과가 너무 많아서..."라고 난처한 표정을 짓던 검사도 한 번 더 사건기록을 피고인 입장에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며칠 후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통지서를 받았다.
죄에 대한 사실관계는 성립되지만 검사의 재량으로 기소를 하지 않겠다라는 뜻이다.
다행이었다.
두 분이 사무실로 찾아와 정말 고맙다라며 할머니께서는 또 눈물을 보이셨다.
이제는 절대 남의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호언장담 하시며 나랑 약속까지 하신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각오도 보였다.
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합니다. 공짜는 절대 안됩니다. 라는 내 말에 한 달에 얼마씩 내겠다라고 하셨고,
그 후 그 약속은 지켜졌다.
오늘도 그 두 초로의 노부부는 나랑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살아 가실 거라 믿는다.
이름아이콘 최춘식
2011-04-04 00:31
올만입니다 안녕하십니꺼~? 살아가면서 겪어 본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여 말씀드리자면 나쁜사람도 있고 좋은사람도 있고 파렴치한도 있고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사람도 있고..... "세상은 그렇심더~"  사돈네 남 말 하는 진 몰라도 선배 전우님 술 조금씩만 드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람니다
김해수 정말 올만이네 지갈치번개때는 오시는줄 알고 많이 기다렸는데 술마시는
것도 마음대로는 않되드라구요 어제저녁만 해도 1차2차3차 마치고 집에
와서 잘려고 누웠는데 집근처 치킨집에서 마누라가 부르드라구요 낮에가서칼을 갈아줬더니 그게 고마워서 그런 모양인데 생각 없다 했더니 저녁마다 퍼마시는술 간만에 마누라가 한잔 산다는데 씹느냐고 다그치는 바람에 마음에도 없는 술을 마셨답니다 이래저래 매일이다 싶네요
4/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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