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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태
작성일 2004-11-24 (수) 20:32
ㆍ조회: 84  
너무 오래된 습관



    ♣ 이미지: 이만익님 작품  그림방-연희님올린자료
    [퍼온글수정]너무 오래된 습관 - 글 :수선
    
    새벽네시. 
    한참 달콤한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즈음
    부엌쪽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나는 짐짓 못 들은척 이불을 끌어다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다.
    그렇게 이삼십분을 버티다가
    도저히 더이상 불편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엄마!! 오늘은 밭일도 없다면서 뭐하러 이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일 없는 날 좀 실컷 주무시지>

    <깼나? 들어가서 더 자라. 내가 조심한다고 했는데 시끄러워서 깼는갑다.>
    엄마는 자신의 기척이 딸의 단잠을 깨운 것을 미안해하며
    자꾸 들어가서 더 자라고 하신다.

    <내가 더 자면 엄마가 그럴 거잖아?
    저 딸내미는 모처럼 엄마보러 와서는 지 손으로 엄마 밥 한끼도 안지어주고
    칠십넘은 엄마손에 밥 얻어 먹는다고...?>
    <안그런다. 그란께 어여 더 자.>


    ㅎㅎㅎ...
    우리 엄마 딸 한테는 무지 후하시다.
    며느리 둘을 보아도 이날 껏 며느리 손에 아침밥을 못얻어 먹어 보았다고
    나에게 푸념 하시더니...
    그 중 만만한 자식이라고 두어달에 한번쯤 친정집엘 가면
    우리 엄마 곧잘 나 붙들고 며느리 흉을 잡으신다.
    들어보면 종종 왜그럴까 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세대차이나 습관의 차이에서 오는 불평이 더 많다.


    스물에
    일찍 아버지 여윈 빈농의 장남에게 시집와서
    아래로 시누이 셋 키워서 시집 보내고 당신 자식 다섯을 건사하시느라
    오십년을 한결같이 새벽 네시가 되기전에 기상하여
    잠들기 전까지 일로 살아오신 울 엄마.
    지금이사 그다지 일찍 일어나셔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건만
    몸에 밴 습관 때문에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자식들 불편할까봐 방에서 안나오시고 견딜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한시간 안쪽이니

    다들 장성해서 직장 가지면서 객지?나가 사는 까닭에
    어쩌다 한번 보는 자식, 며느리...
    그다지 예쁠 기회도 미울 기회도 없이 반가움만 가지고 살았는 데
    몇년 전 내 바로 밑에 남동생이 사업이랍시고 벌였다가
    그간에 조금 모은 재산과 결혼 때 엄마가 마련해준 전세금을 홀랑 날리고
    어쩔 수 없이 귀농을 하면서 나는 종종 울 엄마의 며느리 흉보기에
    동참해야 한다.

    <엄마. 찬이 엄마 맘에 안드는 것 있으면 나한테 다 말하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는 며느리 말 하지 마.>
    <알겄다. 흉볼 게 뭐 있노. 우리집에 시집왔으면 저것도 내 자슥인데...>

    그 때 그렇게 말하시던 우리 엄마.
    하나 둘 며느리에 대한 불평이 늘어 가신다.

    돈도 한푼 없이 다 까먹은 놈들이 아이도 어리겠다
    그냥 촌에 들어와서 살면 방이 엄나 뭐가 엄노 집 잘 지어 놓았겠다
    뭐할라고 이중 살림 하면서 씰데없이 돈을 축내노?


    처음
    고향으로 이주하면서 안가려는 올케를 달랜다고
    귀농을 해도 들일은 안하게 해 주겠다는 동생의 약속을 근거로
    살림집을 시내다 따로 얻겠다는 작은 며느리 고집때문에
    또 작은 아파트 하나를 전세얻어 주어야 했으니
    엄마의 불평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토요일 하루 집에와서 자는 것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상을 지어 올리면 되련만
    아침잠 많은 우리 올케는 번번히 시어머니가 밥 차려놓고
    밥 먹자고 깨워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요일 하루 푸욱 늦잠자고 싶은 심리야 누구나 매 일반일터

    <그럼 엄마도 일어나지 말고 찬이 엄마 일어나서 밥 다 할때까지 자면 되지.>
    <아이구, 그러다는 빌어먹기 십상이지. 해가 중천에 떠도 안깨우면 안일어 나는걸.>


    캬캬캬....
    우리 올케에게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 몇시인가 확인해 본 바
    그게 아침 일곱시란다.
    난 그 때 단호하게 엄마에게 말해야 했다.
    엄마 딸도 절대 네시에 일어나서 밥하는 것은 못한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빌어먹게 될까봐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밥을 해먹고 식전에 한나절 분량의 일을 해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울 엄마.
    모처럼 친정집 들린 딸의 새벽 단잠을 깨우시는데
    올케입장을 생각하면 일곱시까지 모른척 자야 하지만
    늙으신 노모가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고 계시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처음 올케가 따로 살겠다고 고집 부릴 때
    돈도 한푼 없는 놈이 무슨 염치로 시내서 살겠다고 그러나 싶어
    사실 괘씸한 마음이 전혀 없지도 않았으나
    지금 보면 그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적당히 게으른 우리 작은 올케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우리 엄마 속터져서 돌아가셨을지도

    결국 우리 올케의 입장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부엌으로 나서고 만 나는 엄마와 함께 아침상을 다 보고
    여섯시 아랫방에서 기침전인 올케와 동생을 깨우러 갔다.


    올케야 미안해.
    너를 끝까지 변호하고 싶었으나 어쩌리.
    우리에겐 터무니 없는 일도 저 노인에겐 당연한 일상사인 것을
    우리가 고치기엔 너무 오래된 습관인 것을
     명상음악 - 눈부신 노을아래
    편집 - 달동네


211.40.46.44 수 산나: 옛날 어르신네는 다들 그렇쓸겁니다.옛날에 시골에는 새벽 부터 일을 해야 모든것이 만사 OK 했지요.. 아마 요즘 여자들은 새벽 같이 일 하라고 하면 죄다들 도망 갈걸..아직 배고픈줄 모르니까,,,,부회장님 요즘에 건강 조심 하세요... -[11/25-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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