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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생각
작성일 2008-08-19 (화) 10:50
ㆍ조회: 620  
미니 소설 - 그리운 어머니
누구에게나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은 있는 법입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 우리 집은 변변한 집기 하나 건지지 못하고 단칸방 사글세 산동네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내 나이 일곱 살이었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남만큼은 먹고살았던 우리는 그래서 더욱 가난이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하는지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남의집 식모살이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미처 깨닫지 못햇습니다.

산동네로 이사 온 며칠 뒤 어머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부잣집에 식모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가 식모살이를 하면서 우리는 어머니와 한 달에 한 번밖에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식모살이하는 집에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도 계시고,개구쟁이 아이들도 셋이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절대로 이 집에 오지 말라고 누나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때 내 나이 겨우 일곱 살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아무 탈 없이 자라던 내게 어머니의 부재는 너무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습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식모살이를 하던 그해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우리 동네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수북이 쌓인 연탄재며 여기저기 널린 음식 찌꺼기로 지저분하던 거리가 온통 하얗게 덮입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마구 달려가고 싶엇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에 분분히 쏟아져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로등에 비쳐서 더욱 영롱한 눈덩이가 어머니의 얼굴이엇따가, 어머니의 눈물로 일그러져 보였습니다.

결국 가지 않겠다는 누나를 억지로 졸라 어머니가 일하는 부잣집으로 갔습니다.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어머니가 일하는 집까지 누나손을 꼭 잡고 내쳐 달려가는 동안에 귓가에 맴돌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꼭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같았습니다.

어머니를 부를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 가면 어머니 냄새가 진하게 풍겨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결국 어머니가 일하는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말았습니다. 목구멍으로 새어나오려는 '엄마' 하는 소리를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 보았씁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 집 아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는 모습을 보자 괜스레 어머니를 빼앗긴 것 같은 설움에 나도 모르게 "엄마~" 하고 큰소리로 부르고 말았습니다. 누나는 깜짝 놀라며 제 입을 손으로 꽉 틀어막으려 했지만 이미 어머니는 제 목소리를 듣고 난 뒤였습니다.

어머니는 내 목소리를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오셨습니다. 그 때 저는 어머니를 열흘으니 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너무나 사무쳐 어머니를 보자마자 그래도 품에 안겨 버렸습니다. 너무나 사무친 마음에 그저 `엄마` 만 열 번이 넘게 불렀습니다.

어머니는 말없이 제 등만 쓸어내려 주셨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어머니 품에 안겨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닦아주었습니다. 어느새 한밤중이 다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남매를 잠시 대문 밖에 세워 놓고는 번개처럼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안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는 저녁상을 차리면서 올렸던 전과 갈비 몇 대를 노란색 라면 봉지에 담아 왔습니다. 다른 한 손엔 땅콩 초콜릿이 한움큼 쥐어 있었습니다.

"세현아, 집에 가서 누나하고 나눠 먹어. 아버지도 좀 드리고.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여기 다시는 오면 안 돼, 알았지?"

"……."
가슴 속 언저리에서 무언가가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나가 제 손을 너무 꽉 쥐는 바람에 엉겁결에 그러마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말을 잘 지키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번엔 제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머니의 따스한 손이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머니와 나의 눈물 닦아주기가 없었던 일이 된 셈입니다.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돌부처처럼 가만히 서 게시는 모습이 콩알만큼 작아질 때까지 어머니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물론 그날 이후로도 누나와 저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아버지께 말도 안 하고 살며시 집을 나와 1시간여를 걸어서 어머니가 일하는 부잣집 담벼락까지 걸어갔습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그해 겨울, 은피라미처럼 반짝 거리며 눈송이가 사륵사륵 길 위에 내려앉으면, 누나와 나는 발 도장을 찍어 눈밭 위에 오불오불 꽃잎을 만들었습니다.
배가 고파 오면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도 불렀습니다.

엄마가 성그늘에 / 굴 따러 가면 / 아기는 혼자 남아 / 집을 보다가 /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르 /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 맘이 설레어 /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 엄마는 모랫길을 / 달려옵니다

노래를 부르다 괜스레 슬퍼지면 물끄러미 누나를 쳐다보다 말했습니다.
"누부야, 엄니는 내 안 보고 싶은갑다. 낸 이렇게 엄니 보고 싶어서 예까지 왔는데……."

누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도무지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30분 어머니가 일하던 집 앞에 서 있다가 돌아가는 발길은 왜 그리 무겁기만 했던지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그해 겨울도 지나고 또 한 번의 겨울이 지낫을 때쯤 우리 집 형편도 많이 나아져 비로소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동안 우리 남매는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자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게 되엇습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우리 남매가 어머니를 찾아간 날 밤이면 어김없이 종종걸을으로 우리를 보러 어머니가 그 추운 밤기을 내처 오셨다는 것을. 어린 자식들 잠든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엄마가 매일 밤 산동네 집에 다녀갔다는 것을. 어린 자식들 잠든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엄마가 매일 밤 산동네 집에 다녀갔다는 것을. 달빛 내린 창가에 서서 어린 자식들의 얼굴을 어마가 눈물로 바라보았다는 것을……

이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중년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가슴시린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일하던 그떄 그 부잣집 담벼락에 몽당 크레파스로 꾹꾹 눌러 쓴 `엄니, 나 엄니 보고싶어요` 라는 서툴게 쓴 글씨 때문에 가뜩이나 눈물 많던 어머니가 하염없는 눈물로 한밤을 지새우셨다는 것을.  그때 그 `엄니` 는 아직도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데…….

금년 추석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퇴계원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에라도 다녀와야겠습니다. 벌써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해 수북이 자란 어머니 무덤가의 잡초처럼, 내 마음에도 눈물 많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수북이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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