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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일근        
작성일 2006-09-22 (금) 19:36
ㆍ조회: 132  
보트 피플(Boat People)이야기

 

보트 피플(Boat People)이야기 
 ◇버지니아 세븐 코너에 있는 베트남 쇼핑센터 입구
[워싱턴]보트 피플이란 월남 전쟁이 패망하고 난 후 생겨난 단어이다. 이 단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온통 젊은이들만의 세상 같은 요즘이지만 우리는 기성세대로서 그들에게 많은 유산을 남겨주었다. 살기 좋은 세상. 그러나 슬프고 괴로움이 끝나지 않는 세상도 물려주었다. 아직도 지구 곳곳에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지구상의 마지막 공산주의가 삼팔선 저 너머에 존재 하고 있다.

미국에 와서 길지 않은 10여 년 동안 나는 참으로 많은 민족을 만나며 살고 있다. 5년 전 학교 카페에서 만난 캄보디아 여인 니어리를 비롯하여 요즘은 역시, 니어리처럼 보트 피플인 또엣이란 베트남 아주머니와 친하게 지낸다.

초록은 동색인가? 동양 이민자끼리는 이상하게 심적으로 친밀감이 생긴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달라 그냥 저냥 헤어 지면 못 만나는 사람도 많으나 헤어져도 서로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미국인이나 남미 히스패닉보다도 월남, 대만, 필리핀, 캄보디아 같은 동양인들은 더 빨리 친해진다.

‘한국전쟁’같은 우리나라 전쟁이야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월남 전쟁같은 다른 나라 전쟁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월남 전쟁을 미국에 와서 보트 피플 들을 만나면서 되살아나게 되었다.

60년대 중반 내가 중학교 다니던 때였다. 서울 시청 앞에서 ‘맹호부대 용사들아!’ 노래를 부르며 월남으로 떠나가는 장병들을 환송하며 일어났던 갖가지 슬픈 광경들이 떠오른다.

아들을 부르며 우는 소리, 연인을 부르며 우는 소리…. 국군 장병들의 행진 속에 이름을 부르며 따라가는 우는 어머니들. 여인들 그 행진의 물결을 구경하는 수 없는 서울 시민들 그렇게 씩씩한 모습으로 총대를 메고 부산항을 출발 하여 베트남전으로 향한 우리의 아들들. 어찌 잊으랴? 어떻게 잊으랴? 그렇게 갔다가 살아온 사람들은 늙어 고엽제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영영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그 땅에서 잠든 장병들도 너무나 많다.

잊을 수 없는 전쟁의 역사다. 그렇게 열심히 가서 싸웠건만 월남은 패망하였고, 자유를 찾는 월남인들은 보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 하며 미국으로 건너 왔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보트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라서 여기저기서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 1세의 얼굴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 파월 장병들의 모습을 본다.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었는데 왜 패망했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나 말없이 흐르는 그녀들의 눈물 속에 이제 베트남도 일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어느 민족이나 고향 땅 그리워하는 건 마찬가지다. 달러를 벌어 월남에 보내는 그들은 이중국적을 허용한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유치원 마당에서 보트타고 하와이 오면서 죽을뻔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짓는 또엣 아줌마의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들려온다.

사이공이 함락되어 호치민으로 이름이 바뀌고 그들은 보트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했다. 가다가 죽으면 시체를 바다에 던졌다. 그 사이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기도 했다. 두 달 가까운 항해 끝이 목숨을 건 피난민들 중에는 멀리서 육지가 보이자 너무 좋아서 기절해서 죽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월남 땅에서 태어나지 말기를 빌었다고 했다. 배고픔과 외로움과 두려움의 긴긴 항해는 차라리 죽는 사람이 부럽다고까지 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월남에 다녀오기도 하지만 보트 타고 자기나라를 탈출하는 비극은 다시는 지구상에 없기를 빈다는 그녀의 말이다. 보트 피플? 보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아주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살아간다. 월남계 미국인으로 말이다.

<세계일보 유미숙 워싱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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