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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선주        
작성일 2006-03-12 (일)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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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250  
수기 (가장 행복했던 하루)

 

완주 직후 잠실 주경기장에서

 

갑자기 축제의 팡파르가 울려펴지는 환청이였다. 손목에 찬 시계의 초침이 멈춤과 동시에 숨 가쁘게 펌프질하던 심장의 박동도 일시 정지된 듯 했다.  광화문으로부터 출발한 42.195km의 끝자락, 잠실종합운동장의 피니시라인 붉은 매트위에 나는 멈추어져 있었다.

풀코스로는 설흔 번째, 서울(동아) 국제 마라톤과는 8번째 인연, 3시간 38분 32초의 고통은 이미 시간의 기억 속으로 멀어져 가고 또 다른 성취감과 희열이 맑은 햇살에 미소를 진다. 이른 새벽 여명의 광화문 앞 출발지에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무색하게 이만4천여 명 참가자들의 열기가 가득 했다. 신나는 재즈댄스로 몸 풀기,음악과 팡파르등 대단한장관이다.

오전 8시정각 출발 축포와 함성 속에 영하 5도쯤 된다는 찬 공기를 가로지르며 엘리트 선수를필두로 5분간의 시차를두고 A그룹 뒤를 이어 내가 속한 그룹이 출발했다. 42.195km를 달리는 긴 장정은 시작되고 그 중 하나 “37618” 배번을 단 나의 모습도 작은 점이 되어 광화문에서 멀어져 버린다.

“그래 이건 축제야. 모든 부담을 덜고 오로지 달리기만 즐기는 거야” 두 손을 한번 불끈 쥐었다 논다. 아자! 아자! 파이팅이다!

엊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낼 또 달리냐 추운데 잘 뛰거라” 간단한 말씀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한 우리 가족들의 정신적 지주이신. 팔순의 노모께선 여적 자식 걱정에 애가 타시나보다, 감자기 추워진 날씨도 있지만, 더군다나 어제 개그맨 고김형곤의 돌연사로 더더욱 그러시는겔게다 부모의 애뜻한 사랑은 나이를떠나 가히 없는것같다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흰 머리가 하나둘 늘다보니 오히려 나이 듦이 멋스러울 정도로 진한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하는가보다.

 남대문을 돌아 을지로 입구를 들어선다. 반환점이 있는 을지로 구간은 출발 전 미처 만나지 못한 아는 주자들을 교차하며 반갑게 조우를 하는 구간이다. 엘리트 선수들도 볼 수 있고 선두나 후미 그룹 등이 마치 탄력 받은 고무줄처럼 긴 대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스쳐간다. 5km구간을 25분대에 통과 할 때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지난해 보다 더 많아 보이는 자원봉사나 가족들의 성숙된 응원이 돋보인다. 바람을 등져서인지 서북풍의 강한 바람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다.

10km구간을 49분에 통과하면서 목표치에 미달 점점 조바심이 든다. 비로소 두 겹씩이나 껴입은 땀에 젖은 마라톤 복장이 너무 버거워짐을 느낀다. 날씨가 걱정이 되어 밤새 잠을 뒤척거리며 복장을 어떻게 입을까 고심하다가 상의(반팔+긴팔티),하의(팬티+긴바지) 평상시 추운날 연습 때도 긴 팔 티나 롱타이즈+반바지 위에 윈드브레이커 정도 걸친데 비하면 3월의 꽃샘추위에 어지간히 내 마음이 긴장된 채 꽁꽁 얼어붙었나 보다. 아무래도 오늘 복장 선택은 좀 지나친 것 같다.

청계.종로, 동대문과 군자를지나 서울숲 주위를 달린다. 매서우리 만치 차가운 한강변의 바람일 텐데 그저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청량제처럼 시원했다. 서울국제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은 코스의 평탄함이다. 짧은 언덕에 표고차가 아주 작아 오히려 언덕보다 내리막길이 더 많은 듯 했다. 이런 좋은 코스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세계 신기록이 나오기를 기대 해본다. 지금 것 뒤에서 힘껏 밀어주던 바람은 미련 없이 날 버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맞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인간의 극한고통 외 잠실벌의 바람과도 한판 승부를 해야만 했다.

 대한민국 서울 도심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7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마라톤은 누구나 그렇듯이 최고의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이루고 싶은 꿈의 도전장 이었다. 7년 전 이곳 동아에서 세운 3시간 18분 25초의 내 최고기록, 오십 후반의 내 신화는 더 이상 깨지지가 않았다. 부상과 어중간한 연습으로 점철된 시간들이었고 갈수록 무디어 지는 기록에 대한 미련을 건강하게 즐기자는 쪽으로 합리화시키기에 그저 전전긍긍뿐이었다.

마라톤에서 인간의 최대 한계치라고 흔히들 말하는 30km지점을 2시간 24분에 통과하면서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 원인이 무엇인가? 날씨 탓으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역시 연습 부족이었음을 절감한다. 겨우내 농땡이치치 않았던가.. 35km를 달리면서 내가 앞서는 것 보다 몇 십 배의 더 많은 주자들이 나를 추월해 갔다. 바람은 멈추질 않고 계속 얼굴을 할퀴어 댄다. 나보다 늦게 출발했음직한 노원육상연합회 회원들도 앞서간다. 몇몇 회원들은 파이팅을 외쳐 주고 가지만 나이든 선배를 앞지르기 미안해서인지 아님 이도 저도 힘들어 귀찮아서인지 묵묵히 그냥 지나치는 회원을 볼 땐 섭섭(?)하기도 했다. 난 그래도 아는 주자를 추월 할 때는 꼭 파이팅을 외쳐 줬는데 이 친구들아 그 한마디가 그리도 인색 한가 혼자 푸념을 해본다.

40km를 3시간 25분에 통과하면서 이제껏 달린 먼 거리보다 앞으로 남은 피니시라인까지의 짧은 2km 남짓 거리가 엄청난 벽으로 다가옴을 절감한다. 그 고통의 긴 벽은 너무나도 길었지만 그래도 “다 왔어요. 힘 내세요” 하는 자원봉사자의 응원소리에 힘을 얻는다. 고통의 극한 상황에서 조금씩 서광이 비쳐지고 있을 때 난 올림픽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1km 남짓, 마라톤의 맛은 바로 이런 것 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찡그렸던 표정도 밝게 하고 멋진 폼으로 달려 보자. 잠실운동장이 보인다. 팬스를친 도열된 응원단의 터널이 강한 흡인력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각단체의 응원단 현수막이 펄럭이고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인다.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본다. 비록 이번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끝낸 내 자신과의 승리가 자랑스러웠다. 떠오르는 가족들의 얼굴들이 오버랩 된다. 어머니 건강하셔야 합니다.! 때론사람이 편하게 숨을쉬고 있는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때가 있는데 난 온 몸으로 42.195km를 달려온 고통의 숨쉬기를 즐겨온 것만으로도 가장 행복한 하루였는지 모른다.

자랑스러운 베인전의 이름으로 달렸기에 오늘은 더욱 뜻깊고 값진 날로 영원히 기억될것입니다  



  Il Silenzio (밤하늘의 트럼펫) - Nini Rosso

- 끝까지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 전우님 꽃샘추위가 며칠 갈것같습니다 세찬 황사바람 이 극성을 부리네요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요 좋은한주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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