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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태        
작성일 2004-10-16 (토) 14:58
ㆍ조회: 67  
무릇
  

무릇
 
                            

바람 많은 욕지도 갯바위에서 
무릇을 만나 보리라
소금기 많은 바닷물이 수시로 넘보고
흙 한 톨이 아쉬운 바위틈에서 
함부로 피어 있었다니
네가 가진 젊고 싱싱한 육체가 궁금해
춘궁기 구황식물로 쪄서 먹었다는데  
사실은 꽃을 꽃으로 보지 않고 
먹을 것으로 보았을 그 어려운 시절
무릇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난 여름 한창 더울 때
그동안 네가 잡초라고 이름 붙여 
뽑아버린 무릇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본 적이 있느냐
무릇처럼 흔한 것이라고
나를 뿌리 채 뽑거나 무시하지 마라
너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향기와 빛깔을 가졌다고
너의 사상을 거부하고 부정한다고
나를 단죄하지 마라
낮은 산야에 그렇게 흔하게 피어있어도
꽃병속에 갇힌
장미나 백합을 닮고 싶지 않아
옥(獄)에 갇힌 삶이 아니라고
무릇 나는 
너와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 모두가 똑 같이
한곳으로 미친 듯이 질주하는 것 같아 
네가 감당하기 힘들고 어려울 때
나는 너의 곁에서 
건강하고 예쁜 무릇이 되어 줄테니
바람 많은 섬으로 떠나 보라는 것이다   



달동네/이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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