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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종상        
작성일 2009-03-25 (수) 08:17
ㆍ조회: 451  
만재귀삼(萬材歸三)


선가(禪家)의 화두에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화두가 있다. '만 가지 법(존재, 이치,
현상)이 하나로 귀결된다'는 의미의 화두이다. 이 하나는 무엇인가? 갑자기 '만법귀일'이
생각난 이유는김현종(50)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 사장에 전격 발탁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이다.

김현종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실무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예리한 눈매의 사무라이
인상을 풍기는 김종훈과 함께 복식조를 이루어 미국 협상단과의 수읽기 싸움에서
녹록지 않은 내공을 보여주었다. 요즘 미국측에서 FTA 협상을 자꾸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그만큼 김종훈과 김현종이 협상을 잘해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런 인재가 삼성으로
스카우트되었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인재는 모두 삼성으로 모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재귀삼(萬材歸三)'이라고나 할까. 현재 한국사회의 수많은 인재들이 삼성(三星)으로
귀결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만나본 삼성맨들은 한결같이 간단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삼성경제연구소에 있는 간부직원들만 하더라도 치밀하면서도 시야가 매우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날짐승 과인 매나 독수리처럼 남들이 보지 못하는 한국사회 곳곳을
주시하고 분석하는 인재들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몇 년 전에 접촉해 본
전략기획실 직원들도 모두 '이무기' 급에 해당하는 인재들이었다.

나도 강호를 20년 유람하면서 무당, 점쟁이, 사기꾼, 깡패, 호걸, 도사, 학자, 양반을 비롯한
수많은 무림 고수들과 만나 일합을 겨루어 보았다. 상대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상대가 뱀인지, 이무기인지, 용(龍)인지는 구분할 줄 안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무기는
강호에 나와도 누구한테 쉽게 얻어맞고 다니지는 않는다.

이무기가 이처럼 많이 모여 있다 보면 여의주를 얻은 용도 출현하기 마련이다. 삼성TV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가 합종연횡을 하지 않으면 한국의
삼성한테 못해볼 지경 아닌가! 단군 이래로 최고의 인재집결소가 삼성이다.
이 정도 되면 삼성은 이제 사(私)기업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국민기업' 차원으로 진입한
셈이다. '삼귀하처(三歸何處)', 삼성이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조 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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