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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태
작성일 2004-06-04 (금) 18:28
ㆍ조회: 84  
군인 가족이 남긴 영혼을 위한 노래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가족이 찾는 국립묘지는 당연하다 그러나 전우들이 찾지 않는 묘역이 너무 많은 것은 무관심도 있고 가족이 없는 묘역도 있다 해마다 찾아가 가족을 만날려고 노력을 하지만 올해로 15년을 만나지 못하는 묘역은 가족이 없을 것이다 믿에 글은 어너 형부의 가족을 생각하며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이 당연하면서도 고마워지는 마음으로 이 글을 퍼 왔습니다

죽어서도 군인이신 형부에게


우리 가족에게 6월은 매우 의미있는 달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6월은 ‘호국의 달’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나는 얼굴도 안보고 데려갈 만한 셋째딸은 아니지만 어쨌든 딸만 셋인 집의 막내다.

우리 가족은 매년 현충일 한 주 전쯤이면 새벽부터 분주히 음식을 준비해 대전에 있는 국립현충원으로 출발한다. 그곳에는 서른 살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 나의 큰 형부가 잠들어 계신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큰 언니는 직업 군인이었던 형부와 결혼했고 형부의 부임지인 강원도 전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언니와 형부의 인연은 도합 4년으로 끝을 맺었고 형부는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국군통합병원에서 대한민국 대위로 눈을 감았다.

당시 언니의 나이는 겨우 스물여덟, 21개월 된 딸과 3개월 된 아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불쌍한 이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두고 먼저 간 형부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들대로 슬픔이 큰지라 언니는 한동안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 바람에 엄마는 아끼던 큰 사위를 잃은 슬픔을 혼자 달래며 깊은 어둠 속에 갇혀있는 큰언니와 어린 손주들을 돌봐야 했고,당시 재수생이었던 나는 큰 일을 겪고 난 후라 더욱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애써 슬픔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우리 가족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가며 긴긴 터널을 지나왔다.

나는 큰 언니의 아이들과 유난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면 언제나 조카들을 차에 태우고 산과 들로 다녔고, 거의 마스코트처럼 아이들을 끼고 다녀서 웬만한 내 친구들은 다들 내 조카들을 알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혹여 조카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질까 해서 나는 언제나 조카들과 놀아주고 그들을 챙기는 것을 1순위로 삼았다.

조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해 주느라 얼마나 과격하게 조카들을 대했던지 지금은 멋진 고등학생이 된 작은 조카 녀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나에게 “나는 작은 이모가 삼촌인 줄 알았어”라고 말해 가족들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녀석들에게 나는 힘 좋고 오래가는 배터리 같은 존재였나보다.

자주 해외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출장에서 돌아올 때도 오로지 조카들의 선물을 먼저 챙기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해외에서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 내 신조인데도 조카들에게는 가끔 귀엽고 신기하고 예쁜 것들을 안겨 주고 싶었다.

지난 주말에도 우리 가족 11명은 새벽부터 음식을 장만해 대전으로 향했다. 국립현충원에 가면 해마다 얼마나 많은 젊은 목숨들이 군에서 유명을 달리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형부가 안장되던 1988년만 해도 한산하던 그곳은 이제 한 줌의 재로 사라진 채 묘비만을 남긴 그들과 그들을 찾는 슬픈 조문객들로 가득하다. 장군묘역, 장교묘역, 일반묘역으로 나눠 있는 현충원의 일반묘역(사병)의 증가 추세는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던중 간 이들이지만 ‘이래서 자식 낳으면 군대 안보내고 싶은가 보다’ 하는 마음도 든다.

늘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저 세상으로 떠나지만 젊은이들의 죽음은 그 이유가 무엇이건 더욱 가슴 아픈 일인 것 같다. 올해는 큰형부에게 이렇게 빌었다. ‘형부의 큰딸 이쁜이가 수험생이 됐어요. 형부의 기를 받아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 가지고 찾아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라고 또 ‘꿋꿋하게 자식들과 생활하며 불혹이 훌쩍 넘어버린 형부의 아내, 큰 언니에게도 힘을 달라’고….

(줌마클럽/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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