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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무희
작성일 2004-11-05 (금) 14:33
ㆍ조회: 89  
삶의 마지막 길(펌)



화장터를 향해 달리는 길은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도, 영구차에 실려 화구를 향해 밀려가는 고인의 모습을 지켜볼 때면, 삶의 방향에 푯대가 세워지고 살아가던 생활 방식에도 비상이 걸리게 된다.
내가 속해 있는 교회는 지역 봉사의 차원으로 장의부가 설치되어 있다.
어느 누구든 신청만 하면 임종에서부터 장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를 주관하고 봉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죽음들을 대하게 되었고, 이제는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두려움 아닌 친숙함으로 눈앞에 다가오기도 한다.
지난주에도 두 번씩이나 화장터를 다녀왔다.
수전노처럼 살아가다 중풍으로 쓰러져 삼 년여 간 자리 보존을 하며 가족들을 애먹이던 과수원집 할아버지와, 교통 사고로 나란히 저승길에 오른 교우 부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부부의 장례를 치르던 날은 새벽부터 궂은비가 내렸다.
이들의 죽음을 하늘에서도 슬퍼하나 보다고, 교우들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고, 나 역시도 어린 상주를 바라보며 참담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걸쭉하고 떠들썩했던 과수원집 할아버지의 오일장에 비해 이들 부부의 장례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관에 붙여질 조화를 만드는 동안, 주방을 담당한 교우의 손에서 한 잔의 커피가 건네진다. 외면하고픈 분향소의 진한 향내를 커피의 구수함이 잠재우며 순간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  

"커피 마시고 싶어 어떻게 누워 있니."
고인과 절친했던 교우의 흐느낌이 또다시 장내를 숙연하게 한다.
초상이 날 때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입맛대로 색깔대로 커피를 건네주며 살포시 미소짓던 고인의 모습에 선뜻 종이컵에 입술을 마주할 수 없다.
생의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움이 없는 것이 죽음이라는 글귀에 위로를 받는다.              

제발 죽는 자리만큼은 깨끗한 모습이고 싶다. 과수원집 할아버지처럼 자손들 고생시키지도 말고, 교우 부부처럼 남의 가슴 아프게도 말고.
두 개의 관을 나란히 싣고 화장터를 향해 달리며, 생전의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신혼처럼 달콤하고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영화 속의 연인들처럼 늘 손을 잡고 아파트 현관을 드나들었고, 주말이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짊어지고 가족 여행을 즐겨 떠나곤 했었다.
사고를 당한 날도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늘 동행하던 아들이 이 날만은 동승 길에 오르지 않아 다행히 화를 면한 걸 보면, 아마도 이들 부부는 저승길마저도 손잡고 걸어가야 할 진정한 천생연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동서남북 그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온통 무덤으로 뒤덮인 화장터 입구엔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한 개나리의 마지막 몸부림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묘한 신의 섭리 속에 봄이 오고 꽃은 피어나도 화장터의 분위기는 언제나 을씨년스런 겨울 풍경이다. 여기저기 들려 오는 상주들의 통곡 소리는 개나리의 마지막 몸부림에 찬물을 끼얹으며 문득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안타깝다고, 보고 싶다고, 아무리 몸부림을 치며 통곡을 해도, 침묵만이 존재하는 죽음 뒤에는 언제나 남겨진 사람들의 애끓는 통곡 소리만이 메아리쳐 울릴 뿐이다.

이승의 마지막을 알리는 구슬픈 장송곡이 울려 퍼지면, 이제 고인은 우리와는 단절된 시간을 향해 화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불로써 소금 치듯함을 입으리라는 성경 구절은 후세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내세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음을 실감하며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생에 종지부를 찍은 고인들의 모습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오 분 먼저 가려다 오십 년 먼저 간다는 글귀를 가슴 판에 하나 가득 각인시켜 놓았는가 하면, 눈물을 훔쳐내는 어린 상주의 모습이 내 아이로 비쳐지는 가슴 섬뜩함을 몸소 체험케 하기도 한다.

어디 교우 부부뿐이랴.
나 역시도 며칠 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과속으로 인해 범칙금 영수증을 발부 받은 일이 있었다. 타당치도 않은 이유와 통하지도 않을 변명을 둘러대며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만을 모색하던 나의 행동이 죄책감으로 다가오며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오십 분이 지났다.
고인은 한줌의 재가 되어 우리 앞에 돌아왔고, 나는 고인의 모습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보며 화장터를 빠져나간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수억의 재산을 모아 놓고도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한 푼의 돈도 써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사람은 과수원집 할아버지라 했고, 현실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다 무거운 짐만을 어린 자식에게 남기고 떠난 사람들은 교우 부부였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전전긍긍하며 세상을 살아가던 과수원집 할아버지의 힘겹던 삶이 떠오른다. 그는 과연 누구를 위하여 이렇듯 힘든 삶을 살아야 했을까. 자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소유욕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소유의 관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을 때 온 세상을 다 갖게 된다는 무소유의 진리가 이 비오는 밤 문신을 그리듯 마음 판에 파고들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아침을 맞았다.
'어린 자식 못 미더워 어떻게 떠나갔을까.'
상념의 꼬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던 지난밤에 유난히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다지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이었을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에 말간 시선을 던져 본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쳐올 일들을 떠올리며 사물함을 연다. 통장과 보험증서를 점검하고, 비밀번호와 도장을 재확인한다. 보험증서의 약관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베란다 너머로 낮게 드리워진 잿빛 하늘을 올려다본다. 혹여 수전노 소리는 듣지 않을는지, 혹여 자식 두 어깨에 멍에나 메우지 않을는지….

먼저 간 이들은 남은 이들의 거울이 되어 돌아온다.
지워야 할 흔적과 꾸며야 할 아름다움을 선물로 안고 돌아온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열심히 지우고 아름답게 꾸미려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은 아마도 천국이 필요 없는 지상낙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득 성서의 한 구절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잔칫집에 있고,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상갓집에 있다.

<월간문학/이순복>


211.207.230.89 이덕성: 정 회장님 올리신글 잘보았읍니다 지난번엔 가시는길에 인사도드리지못했읍니다 모쪼록 환절기에 건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1/05-17:31]-
221.145.195.221 정무희: 이덕성 경기 지부장님,청량리 행사 치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간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내려와 미안합니다.감사합니다. -[11/05-18:20]-
211.40.46.44 수 산나: 정무희회장님. 올려주신 글 잘읽었습니다..이덕성 경기 지부장님.그날 저녁에 인사 드리지 못해서 죄송 합니다.그날 고생이 많았습니다... 두분께서 환절기에 몸 건강 하시길 바람니다.. -[11/05-23:28]-
61.110.143.125 홍 진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잔칫집에 있고,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상갓집에 있다"---마음에 새길 문굽니다. 좋은 글 퍼 주신 정 무희 회장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 날 하직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 송구했습니다. -[11/06-12:50]-
221.145.195.221 정무희: 수산나님,홍진흠님 청량리 행사시에 반가웠습니다. 바삐 내려오느라 결례가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1/06-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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